
자궁근종은 자궁에 혹처럼 생긴 덩어리를 말한다. 흔히 물혹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근육 성분으로 뭉쳐진 단단한 혹이다. 가임기 여성의 40 이상에서 나타나는 드물지 않는 부인과 질환이다.
자궁근종의 정확한 원인은 밝져지지 않고 있다. 유전적 요인, 비만등이 관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현재까지는 여성호르몬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폐경이 되면 근종의 크기가 줄어들고 새롭게 생기는 자궁근종이 드물다는 것이 그 증거다.
자궁근종은 생기는 위치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나타낸다. 생리통, 생리량 과다, 빈혈, 요통, 빈뇨 등의 증상이 대표적이다.
자궁근종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증상이 없거나, 크기가 작거나, 폐경 이후에는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빈혈 생리통 빈뇨 등의 증상을 호소하거나, 근종이 계속 자라거나, 악성을 의심할 소견이 있을 때는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 자궁을 보존하는 수술 선호
미혼 여성의 자궁근종은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결혼을 앞둔 여성 환자에게는 적잖은 심적 부담을 준다. 출산을 끝내고 더 이상의 임신을 원하지 않는 여성들도 심리적인 이유나 다른 이유 등으로 자궁 보존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환자들을 위해 자궁을 완전히 들어내는 자궁절제술 보다는 자궁근종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자궁근종 절제술이 필요한 것이다.
과거의 자궁근종 수술은 주로 개복술이 시행됐다. 10㎝ 이상의 흉터를 배에 남기며 혹이 생긴 자궁 전체를 들어냈다. 이후에 임신을 하기 위해선 다른 사람의 자궁(대리모)을 빌려 시험관아기 시술을 해야 한다.
2000년 들어서는 수술기법의 발달로 복강경을 이용한 자궁절제술이 보편화 되었다. 복강경 수술을 하면서 자궁을 보존한 채 근종만을 제거하는 비율이 높아졌으며 무게가 2~3㎏에 이르는 큰 근종도 제거할 수 있게 됐다. 이 경우에도 복부에 1㎝ 미만의 절개창이 3~4개 남으며 어느 정도의 통증은 감수해야 한다.
#질 안으로 내시경 넣어 상처 없이 근종만 제거
복강경 수술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수술이 바로 자궁 내시경을 이용한 근종절제술이다. 춘해병원 김철 원장이 1988년 영남권에서 처음 시도한 내시경 자궁근종 절제술은 질 내부로 내시경을 접근시켜 수술이 이루어지므로, 복부에 아무런 절개창도 남기지 않는다. 절개된 근종도 질부를 통해 빼낸다. 수술 과정과 이후에도 통증이 전혀 없다.
이 수술을 진행하기 전에 자궁근종의 위치와 자궁내막과의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술 전에 초음파와 자궁내시경을 이용해 근종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게 된다. 특히 자궁의 안쪽에 위치한 점막하 근종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자궁내시경이 필수 장비다.
다른 검사와는 달리 환자가 전날 금식할 필요가 없으며, 통증이 없으므로 별도의 수면유도 마취가 필요 없다. 검사 시간도 짧다. 수술 후에도 금식 기간 없이 바로 음식을 먹을 수 있으며, 조기 퇴원도 가능하다.
# 자궁점막과 근육층까지 침범한 근종도 없애
자궁근종 내시경 수술은 이전에는 자궁의 안쪽 부위에 생기는 점막하 근종만 제거했다. 춘해병원 자궁근종센터는 수술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자궁 점막과 자궁 바깥쪽의 근육층 사이에 생긴 근종도 제거하고 있다. 더 나아가 자궁 점막층을 벗어나 바깥쪽의 근육에 숨어있는 근종까지 수술영역을 확장했다. 근육 내 자궁근종 제거수술은 장 천공과 출혈 위험이 높은 고난이도의 기술이라 시도하는 의사가 거의 없다. 또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5cm 이상의 다발성 근종도 내시경 수술로 시행하고 있다.
춘해병원 자궁근종센터가 지난 1년 간의 실적을 집계한 결과 전체 자궁근종 수술 중에서 자궁을 보존하는 경우가 53로, 절반 이상이 자궁근종만 선택적으로 절제했다. 또 전체 자궁근종 수술 중에서 내시경으로 제거하는 비율은 23를 차지했다.
김 원장팀은 지난 5년간 4백회 이상의 자궁근종 내시경 수술을 실시해 그 결과를 아시아태평양 부인과 내시경학회에 발표했다. 또 1천건 이상의 자궁근종 절제술 결과를 대한산부인과학회에 발표하기도 했다. 내시경 수술로 인한 합병증은 5 미만이고, 수술에 대한 환자 만족도는 90 이상으로 보고되고 있다.
김철 원장은 "자궁근종은 조기에 진단을 해야만 환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치료의 폭이 넓어지고, 상처를 최소화하면서 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철 원장팀은
김철 원장은 산부인과 내시경 수술분야의 선구자다. 복강경과 내시경을 이용해 1988년부터 부인과 종양질환 수술을 했다. 내시경을 이용한 자궁근종 제거술은 영남권에서 최초다. 이후 자궁 내시경 수술을 전국에서 가장 심도있고 적극적으로 자궁근종 클리닉에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1983년에는 부산지역 산부인과에서 처음으로 자궁경부암 진단을 위해 질 확대경을 도입했다. 2001년에는 국내 최초로 '유리온'이라는 자궁확장제를 자궁근종 수술에 적응한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그동안 성분도병원과 동의의료원을 거쳤으며 동의의료원에서 같이 근무한 제자 박성환 과장도 함께 지난해 2월부터 춘해병원 자궁근종센터를 이끌고 있다.